[사순시기] 십자가의 길

2020. 2. 3. 10:43가톨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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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래

사순시기, 교회는 신자들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길 권고한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신자들은 초세기부터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매달리고, 묻힌 장소를 거룩하게 여겨, 순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을 기억해왔다. 이 순례를 오늘날 십자가의 길 기도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난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따라 행렬하고 찬미가를 부르던 순례 모습은 십자가의 길 기도의 모태가 됐다.

‘십자가의 길’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중세 이후다.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보나벤투라 등의 성인들이 ‘십자가의 길’에 큰 관심을 두고 참여했다. 십자가의 길을 단순한 순례가 아닌, 신자의 심신을 수련하는 기도로 여긴 것이다.

12세기 경 예루살렘 성지순례가 다시 시작되면서 순례자들은 자신들의 도시에 예루살렘의 ‘거룩한 장소’를 닮은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형은 그리스도가 고난 받은 길과 머무른 장소를 나타내는 ‘처(處)’를 경배하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특히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이나 경당을 중심으로 이런 처들이 설치되면서 십자가의 길이 널리 퍼졌다.

십자가의 길이 14처로 고정된 것은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의 승인을 얻으면서다. 이때 고정된 14처는 ▲사형선고를 받음 ▲십자가를 짐 ▲첫 번째 넘어짐 ▲마리아를 만남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짐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음 ▲두 번째 넘어짐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함 ▲세 번째 넘어짐 ▲병사들이 예수의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함 ▲십자가에 못박힘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둠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무덤에 묻힘 순으로 이뤄진다.

14처로 고정된 십자가의 길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전통적인 신심행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하는 의미로 예수의 부활을 첨가해 15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교회는 예루살렘을 순례할 수 없는 사람들이 14처가 설치된 곳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쳐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십자가의 길로 전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채워야 한다. 먼저 기도 장소가 교회가 정한 법에 따라 설치·축성된 14처여야 한다. 14처 전체를 중단하지 않고 바쳐야 하고, 각 처를 이동하며 바쳐야 한다. 단, 공동체가 함께 기도를 바칠 경우 움직임이 불편하면 주송자만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전대사의 일반적 조건인 고해성사와 영성체,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를 한다면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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