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

2020. 3. 25. 15:23가톨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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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원

일괄고백과 일괄사죄의 기원은 제1차 세계대전 때였습니다. 당시 교황청 내사원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계속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전쟁터에 파견될 병사들이 너무 많아서 개별 고백을 수 없을 경우, 영성체 전에 합당한 방식으로 통회의 행위를 한 병사들 모두에게 일괄 사죄의 방식으로 죄를 고백할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당시 베네딕토 15세 교황님께서 그러한 중대한 상황이라면 가능하지만, 나중에 병사들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면 자발적으로 온전한 고해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 법적 근거

우선 일괄고백과 일괄사죄는 가능합니다. 대신 중대한 경우에 교구장 주교의 판단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교회법 제961조는 명시하고 있지요. 또한 우리 교회의 보편법인 교회법전을 토대로 한국 천주교회의 개별법인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5항과 제96항에도 가능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조항에 의하면 평소에는 사순이나 대림이라 해서 절대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요. 우리 교회도 지금 정말 중차대한 시기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교회법 제961조

① 먼저 개별적 고백 없이 한꺼번에 여러 참회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죄가 베풀어질 수 없다.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예외다.

1. 죽을 위험이 임박하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들이 각 참회자들의 고백을 들을 시간 여유가 없을 때.

2.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 즉 참회자들의 수에 비하여 적절한 시간 안에 각자가 개별 고백을 올바로 듣기에는 고해 사제들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참회자들이 자기들의 탓 없이 고해성사의 은총이나 영성체를 오랫동안 못 하게 될 때 그러나 큰 축제나 순례 때 있을 수 있는 참회자들의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필요로 간주되지 아니한다.

② 제1항 제2호의 규범에 요구되는 조건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교구장 주교에게 속한다. 교구장 주교는 주교회의의 다른 구성원들과 합의한 기준을 유의하여 그러한 필요성의 경우를 결정할 수 있다.

교회법 제962조

① 그리스도교 신자가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베푸는 성사적 사죄를 유효하게 받기 위하여서는, 합당한 준비뿐 아니라 당장은 개별적으로 고백할 수 없는 중죄를 적절한 때에 개별적으로 고백하겠다는 결심을 하여야 한다.

②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일괄 사죄를 받는 기회에도 가능한 한 제1항의 규범에 따른 요건에 대하여 교육받아야 한다. 또한 죽을 위험의 경우라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괄 사죄에 앞서 각 사람이 통회를 발하려 힘쓰도록 먼저 권고하여야 한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5조(공동 참회)

1항 공동 참회 예식은 말씀의 전례로 준비시켜야 한다.

2항 공동 참회 예식을 거행할 때라도 고백과 사죄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해성사 예식서, 22항: 사목회의 전례 의안 97,98항 참조)

제96조(일괄 사죄)

전시나 천재지변, 또는 많은 사람이 갑자기 동시에 죽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죄를 사할 수 있다(교회법 제961조 참조). 그 밖의 경우에는 교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사목회의 전례의안, 99항 참조).

3.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는 무엇인가?

이제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문제입니다. 제가 이게 궁금해서 지난 8월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새로 발간한 ‘고해성사 예식’서를 구입했습니다.

*참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고해성사 예식』,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9.

고해성사 예식서 앞부분을 보면 지침이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지침이 굉장히 중요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 부분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참고로 고해성사 거행의 세 가지 양식이 있습니다.

1)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개별 고해자들의 화해예식,

2) 요즘 많은 본당에서 하고 있는,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로 여러 고해자를 화해시키는 예식,

3) 이번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로 여러 고해자를 화해시키는 예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고해성사 예식입니다. 평상시에 하는.

두 번째는 말씀 전례의 형식과 함께 하는 개별 고해입니다. 준비된 말씀 전례 다 끝나고 나서 신부님들이 정해진 고해소에 가면 신자 분들이 그 곳에 차례대로 가서 고해성사 하고 온 다음에 다시 함께 모여 마리아의 노래와 마침예식 하고 파견되는 형식입니다. 판공성사가 이러한 형식과 비슷하게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번째 형식과도 완전 같다고는 할 수 없지요.

세 번째는 두 번째 형식과 거의 다 똑같습니다. 다만 강론 후에 신자 분들은 고백의 기도를 바치시고 그 다음 사제가 신자를 향해 양팔을 펴 들고 사죄경을 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구체적인 날짜와 자세한 방법은 본당에서 잘 준비하여 공지할 테니까 저는 이 정도만 알려 드려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큰 틀은 이렇게 되고요, 나머지는 본당의 안내에 잘 따라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여러분들께서는 남은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교회법 제962조 1항의 내용을 잘 기억하셔야 하겠습니다. 곧, 이 성사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1) 합당한 준비는 물론이고,

2) 지금은 개별적으로 고백할 수 없는 중죄를 되도록 일찍 개별적으로 고백하겠다는 다짐을 하셔야 하고,

3)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가 있고 난 후에는 적절한 때에 개별적으로 고백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고해성사 예식 지침 34항에서는 '적절한 때'의 기준을 1년 내라고 두고 있네요.

고해성사 예식 지침

33. 그리스도 신자가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베푸는 성사적 사죄를 유효하게 받으려면,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지금은 개별적으로 고백할 수 없는 중죄를 되도록 일찍 개별적으로 고백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신자는 일괄 사죄를 받는 기회에도, 되도록이면 위에서 말한 요건에 대하여 교육받아야 한다. 또한 죽을 위험이 있는 경우라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괄 사죄에 앞서 누구든 통회하도록 권고를 받아야 한다.

34. 일괄 사죄로 중죄를 용서받은 자는, 또다시 일괄 사죄를 받기 전에,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되도록 빨리 기회가 닿는 대로 개별 고백을 해야 한다. 불가능 상태라고 여겨지지 않는 한, 1년 안에 개별적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신자들에게도, 모든 신자가 개별적으로 고백하지 못하는 중죄를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혼자서 사제에게 고백해야 한다는 교회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해성사(告解聖事)는 우리가 하느님께 지은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고백하며, 그 잘못에 대한 용서를 받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그러한 시간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그 죄에 대하여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로 용서를 받으며 회개하기 때문에, ‘화해의 성사’라고도 말합니다. 교회는 첫영성체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1년에 한 번, 특히 한국 교회의 경우에는 1년에 두 번 고해성사를 봐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우리가 고해성사를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준비하는 순서는 1) 성찰 2) 통회 3) 정개 4) 고백 5) 보속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성찰(省察)’입니다. 이는 내 자신의 행동과 모습을 복음의 기준에 비추어 보고 돌아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조용한 가운데 머물면서 나의 과거를 성찰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성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항목을 적어드렸습니다. 우리 잠시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둘째, ‘통회(痛悔)’입니다. ‘통회’는 복음의 기준을 통해 성찰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을 잊고 그분이 세우신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해소에 들어오면 고해소는 일종의 ‘상담소’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뉘우치며 ‘통회’한 다음에 이제 세 번째 단계로 ‘정개(定改)’를 합니다. ‘정개’란 같은 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자연스레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서는 고해 사제를 통해 우리에게 용서와 평화를 선물해 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성찰, 통회, 정개의 시간은 각자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15분의 시간은 가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신 다음, 우리는 비로소 고해소로 향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네 번째 단계로 죄를 ‘고백(告白)’하게 됩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고해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입니다. 생전에 하루 10시간 이상을 고해소에서 보내셨던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짧고 간결하며 정직하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입니다.

고해성사를 보시고 나와서 여러분들은 고해성사의 마지막 단계로 ‘보속(補贖)’을 하게 됩니다. 고해사제는 우리들에게 ‘훈화’를 한 뒤 ‘보속’을 줍니다. 여기서 고해사제의 훈화는 여러분들을 질책하려는 그런 내용이나 인간적인 감정으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복음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더욱 잘 느끼게 해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나서 고해사제가 주는 보속은 자신이 회개했으며, 자신의 죄로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에 대하여 보상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징표가 됩니다. 이처럼 보속은 고해성사를 이루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고해성사를 보고 난 후 보속을 꼭 행해야 합니다.

고해성사는 잘 준비하실수록 여러분들에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우리가 시험을 준비했을 때 한 달 대충해서 치룬 시험을 끝냈을 때의 보람과, 정말 열심히 일 년 가까이 준비해서 치룬 시험을 끝냈을 때의 마음은 다르지요. 고해성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만큼 더 큰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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