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주일

2020. 4. 18. 15:07가톨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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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팔부 축제가 끝나고 오는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4월 30일 ‘하느님 자비의 사도’로 널리 알려진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1905~1938)를 시성하면서 하느님 자비를 특별히 기릴 것을 당부하셨죠. 이에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주일로 지내도록 했습니다.
 
교황이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를 새천년기 첫 성인으로 선포한 것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자비 메시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을 던져주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셨죠.
 
파우스티나 수녀는 교황이 강조한 하느님 자비의 증거자였습니다. 폴란드 출신인 파우스티나 수녀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이를 돕는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았죠.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각별했습니다.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을 추구하던 파우스티나는 20살 때 자비의 성모수녀회에 입회해 주방과 정원사, 문지기 등의 소임으로 13년을 살았습니다.
 
그는 수도생활 중에 계시와 환시같은 특별한 은사를 체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데 있음을 깨달았죠. 그는 1934년 고해사제의 뜻에 따라 영적 체험을 통해 받은 하느님 메시지를 일기 형식(「나의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으로 발표했습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일기에서 “하느님 자비를 얻기 위해선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와 벌을 완전히 용서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죠.
 
또 “말과 행동, 기도를 통해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이웃에게 자비를 보여야 하고 자비를 피하거나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하느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메시지에는 “첫째는 행동, 둘째는 말, 셋째는 기도로 자비를 베풀어야 하며 아무리 돈독한 신앙을 가져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죠.
 
성녀의 일기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자비 상본을 만들고, 자비 축일을 지내며 자비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네요.
 
하느님의 자비 상본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하나이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손과 발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흔적이 있고 심장에서는 두 줄기 빛이 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1931년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나 당신 모습을 그려 전하라고 한 데서 유래합니다.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탈출 34,6)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처럼 구약·신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의 표상으로 표현됩니다. 그만큼 ‘하느님의 자비’는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현재에 부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온갖 불의와 죽음의 문화가 범람하는 이 시대가 자비를 필요로 하고, 또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 시성식에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을 겪은 20세기의 흐름 속에서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들과 수많은 사람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또 참상을 증언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자비의 메시지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말로 하느님 자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했습니다.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에 나타난 “인류는 나의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며 내게 돌아서지 않는다면, 결코 평화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 일기 132쪽)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인용, “파우스티나 수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님 부활 대축일의 복음을 보다 심도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빛을 주는 은사이며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우리 시대 모든 사람에게 큰 빛으로 드러난다”고 의의를 덧붙였습니다.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는 ‘하느님 자비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밝힌 가톨릭 신문 기고문(2001년 4월 22일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설정하셨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비로우신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증가하는 생명의 위협들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이미 지적한 살인, 집단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은 인간 생명에 대한 많은 범죄들이 넘쳐나는 상황은 하느님 자비를 당연히 요청할 수밖에 없고, 아울러 자비로운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은 더욱 요청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8월 17일 한 강론에서 “파우스티나 성녀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하느님 자비하심에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인류는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길이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특히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는 말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수많은 죄악과 부도덕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에, 하느님의 전능하신 사랑에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겠다는 이 고백과 결단은 우리 시대에 특별히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자비는 ‘말로만이 아니라 생활의 증거를 통해 전해져야 한다’(「자비로우신 하느님」 13항)고 강조됩니다.

「가톨릭대사전」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예수님 말씀은 호세아 예언자 말을 인용하여 역설한 바와 같이(마태 9,13;12,7) 천국에 들어가는 본질적 조건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활 제2주일 미사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로 봉헌됩니다. 각 기도문도 하느님 자비를 기념하는 고유기도로 바꿔서 바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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