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0. 09:22ㆍ일상다반사
방역당국의 간곡한 요청과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이어가는 데에는 금전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8·15 비대위) 등 9일 한글날 집회를 전개한 단체들은 모두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를 실시했습니다. 유튜브 중계화면 하단이나 집회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손팻말 등에선 후원금을 요청하는 문구와 계좌번호를 볼수 있었습니다. 집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유튜브 생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슈퍼챗’(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참여자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돈을 보내고, 계좌 이체로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중계된 보수 유투버 영상 10개를 살펴본 결과 8개가 후원금 모집 계좌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에 차벽과 펜스가 설치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경찰의 집회 차단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고, 현장 집회 관리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연출했습니다. 실시간 대화창에서는 유튜버가 경찰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언성을 높일 때 후원금이 빠르게 모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보수단체 집회·중계로 후원금 모집…코로나19로 ‘위축’
이러한 유튜브 중계를 통한 후원금 모집이 보수 단체들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으로 꼽힙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집회시위 자제를 당부해도 이들이 집회를 계속하지 않으면 후원금을 모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아랑곳 않고 주말마다 집회를 열어왔지만 8·15 집회 이후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부터는 활동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보수 단체들은 각각 금전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활동 유지를 위한 모금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차량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 대표 서경석 목사는 지난 6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공지글에서 “정부의 탄압이 심해져 우파운동이 상처를 입었다. 새한국이 전국 단위 운동을 키우려고 하는데 재정이 너무 빈약하다. 적은 금액이라도 꼭 성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 대표는 지난달 말에도 공지를 띄워 “<조선일보>에 집회시위 홍보 광고를 내고, 집회시위 금지통고 집행정지 소송을 위한 변호사 실비도 필요한데 2백만원 밖에 없다”며 “이마저 대부분 깃발값이고 후원비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황으로 꼭 후원금을 모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후원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보수 단체들은 신문광고도 낼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듯 다른 보수단체들 “정통성 중시해 결집 못해”
보수 단체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똘똘 뭉치지 못하는 점이 이들의 세력확장과 재정적 어려움 극복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집회를 이어가는 보수 단체들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각론을 놓고 입장차이가 뚜렷합니다. 우선 최인식 대표가 이끄는 8·15 비대위는 사랑제일교회와 구속된 전광훈 목사를 추종하는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방역당국이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가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에 대해 ‘정치방역’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 초점을 맞춥니다. 석방운동본부는 정당을 기반으로 한 단체여서 종교단체에 기반한 8·15 비대위와는 궤를 같이하지 않고 선을 긋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축인 ‘4·15 선거부정 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다른 단체들과 섞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보수 단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진보 단체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치는 힘이 강한 반면 보수 단체들은 정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보수단체들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후원금도 따로 모으고, 집회시위도 다 각자 개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광훈 목사 구속으로 구심점 약화…‘옥중서신’으로 목소리
일각에선 구심점 역할을 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구속 이후 보수 단체들의 결집력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많은 후원금을 모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 목사가 구속되면서 보수 단체들을 한데 모아 집회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전 목사는 이날 오후 ‘옥중서신’을 통해 “집회 전면금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를 포기한 행위”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인 자유를 원천금지한 이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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