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사제독신제 고수키로

2020. 2. 13. 11:25가톨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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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약 900년 전통의 ‘사제독신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사제(司祭)가 부족한 오지 지역에 한해 결혼한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권고문이 채택됐음에도, 사제독신제를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란 의견입니다.

사제독신제를 둘러싼 가톨릭계 내부의 보혁 갈등이 극심해지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교황은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관련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교황은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제목의 권고문에서 아마존 지역 내 사회정의, 기후변화, 원주민 인권보호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주요 논제 중 하나였던 ‘사제독신제 폐지’에 관한 권고는 없었습니다. 다만, 아마존 지역처럼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하도록 전 세계 주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기혼남성은 사제가 될 수 없는 기존 가톨릭 전통을 계속해서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10월, 아마존 시노드에선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고, 이를 찬성하는 입장을 담은 권고문이 채택됐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아마존 지역의 85%는 사제 부족 문제로 매주 미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제를 일년에 단 한번 만나는 신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사제독신제가 가톨릭 전통이지만 ‘교리’는 아니기에 특별한 지역에 한해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폐지 여론을 수용하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가톨릭계의 내부 갈등을 점화했습니다.


보수 진영에선 ‘결국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사제독신제 전통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진보 진영은 ‘로마가톨릭의 핵심인 성체 성사마저 어려울 만큼 사제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맞받았습니다.

이어 지난달 보수 성향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의 저서에 공저자로 오르며,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입니다.

관계자들은 교황이 양측의 갈등을 의식해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CNN의 바티칸 수석 분석가인 존 앨런은 "교황이 사제독신제 관련 논란을 의식해 회피한 것"이라며 "그는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한 보수진영의 극심한 사제독신제 폐지 반대 여론을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논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대주교인 존 웨스터는 "권고문 발표 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었다"며 "교황은 지금은 변화의 시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모임에 참석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오스카 솔리스 주교도 "교황이 앞으로의 결정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사제의 결혼을 불허하는 사제독신제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계기로 도입되기 전, 사제 서품은 결혼 여부와 관계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초의 교황으로 여겨지는 성 베드로 역시 기혼자였다고 BBC는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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