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할 수 있음" 화제의 잔여백신 예약..넛지효과 통했다

2021. 6. 3. 09:35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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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 국민 참여가 다 돼야 하는 것이니 한국만 할 수 있다.”

최근 잔여백신 예약 서비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서비스를 계기로 ‘IT 강국을 새삼 체감하게 됐다’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인터넷 보급률이 높지 않고 국민의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이해와 활용능력)가 높지 않으면 어림도 못낼 제도”라고 썼다. “외국인에게 백신 잔여분 예약이 가능한 나라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부터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이 누군지 상줘야 한다”는 게시물이 줄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요 일간지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지난달 28일자 국제면 기사에서 한국의 잔여백신 서비스를 다뤘습니다. 잔여백신 조회 화면을 사진으로 크게 싣고 “사회 문제 해결에 IT를 기동적으로 활용하는 한국스러운 노력”이라고 썼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잔여백신 예약 서비스는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을 통해 인근 병원의 잔여백신 정보를 지도로 확인한 뒤 본인인증을 거쳐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만을 대상으로 하며, 30세 이상만 가능합니다.

정부가 이런 방식을 도입한 건 잔여백신을 정해진 시간 안에 쓰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Z는 한 바이알(병)에 10~12명이 접종할 양이 들어있는데 개봉 뒤 최대 6시간 내 사용해야 합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한 관계자는 “작년 공적 마스크 잔여량 안내 서비스를 계기로 잔여백신도 지도 플랫폼을 갖고 비슷한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카카오, 네이버 측에서도 백신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 추진하게 됐다”며 “질병관리청이 해야 하는 공적업무를 민간에서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수탁, 대행하는 형태로 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잔여백신 당일 예약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1일까지 27만8282명이 잔여백신을 맞았는데, 이 가운데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잔여백신을 예약해 접종한 이들은 1만3613명입니다. 고령층 접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잔여백신 접종을 맞으려는 열기가 더해진 영향으로 최근 접종자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1일 기준 신규 접종자는 56만5377명으로 60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잔여백신 수요가 늘면서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가 최근 접종자에 내건 인센티브의 영향도 있지만, 잔여백신 서비스를 계기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면서 백신 수요가 더 늘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변에서 다 맞았다고 하고, 백신이 동났다는 소리에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닌가하는 심리가 커져 다급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리를 이용해 접종률을 높였다”고 적었습니다.

‘넛지(nudge)’ 얘기도 나온다. 넛지는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동경제학 용어입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백신에 대한 인식이 단기간에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도 사람들이 잔여백신을 맞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다른 사람이 믿고 선택하는 걸 보면서 ‘넛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넛지 효과로 백신 열풍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정부의 일방적인 설명, 지침보다 ‘별 부작용이 없었다’ 식의 입소문과 권유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백신을 맞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열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장기화된 코로나로 지쳐서 불안이 가중되고 초기에 부추겨졌던 부작용이 예상보다 적다고 인지하게 되면서 두려움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의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잔여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은 3일까지만 유지합니다. 이후 상반기 1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19일까지는 네이버와 카카오앱 당일예약 서비스를 통해서만 잔여백신 예약을 받기로 했습니다. 얀센 백신도 잔여 물량이 생길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예약받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위탁의료기관에서 잔여백신 수량현황을 한 번만 등록하게 해놨는데 수시로 입력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이런 점을 보완하려 한다”며“사정상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 취소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하는 걸 검토하는 등 편의를 높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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