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상털던 '박사방' 얼굴 공개될것인가?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20대 조모씨의 가혹한 성범죄 행각이 속속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상공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범죄 용의자의 신상공개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안은 중대성(범죄행위의 심각한 정도), 명확성(범죄사실 소명 여부), 필요성(공익적 필요) 등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조씨의 경우 이런 요건을 대부분 충족해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대성은 보통 법적 형량을 기준으로 판단되는데, 조씨가 위반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제11조 제1항 아동음란물제작 혐의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중형이 내려집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는 형법상 살인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성범죄 전문가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착취의 대상 중 아동 청소년이 포함됐으며 그 행위의 정도도 굉장히 심각하다"며 "처벌시 법정형이 살인죄에 비견될 정도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으로 (신상공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고려대 인권센터 자문위원)도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25조나 특정강력처벌법 제8조의2 제1항에 따라 신상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상 공개 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본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이미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 만큼 그럴 우려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당초 범행을 부인하던 조씨는 한바탕 자해 소동을 벌인 뒤 현재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전날 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범죄 혐의가 상당부문 소명된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판사 출신인 신중권 변호사(법무법인 거산 대표)는 "자백을 한 경우에는 '명확성' 측면에서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인터넷상의 성범죄라서 수사기관에서 인터넷주소(IP) 등 추적한 내용을 통해 상당 증거가 이미 확보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합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박 변호사는 "(조씨 사건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등의 요건을 만족한다고 보이므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숫자가 74명에 달하는 점, 그 중 미성년이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은 우리가 공동체 사회에서 지향하려는 가치를 전면 침해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공분하는 정도나 추가적 공범들에 대한 엄중 경고 측면에서 봤을 때 신상공개를 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중대성과 명확성 요건은 분명 충족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앞선 (성범죄에 대한 신상공개) 사례가 없어서 판단이 어렵다"고 유보했습니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제25조 제1항의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법령에 따라 조씨 등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다음 주께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공개 결정이 난다면 이 조항을 통해 성범죄 용의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편 조씨는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주소 등 신상을 털어 협박하는데 이용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그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공익요원을 모집, 유료 회원들과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낸 뒤 피해자를 미행시키거나 '박사방' 광고글을 올리게 하는 등 본인의 지시에 따르라고 협박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조씨로부터 돈을 받고 신상조회를 한 공익요원 2명이 검거됐고 이 중 1명은 구속됐습니다.

 

조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채팅 앱 등에서 '스폰 알바 모집' 등의 글을 올려 피해자 74명을 유인한 뒤 나체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빌미로 성착취물을 찍게한 뒤 본격적으로 박사방에 올려 돈벌이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조씨는 이런 방식으로 억대의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주거지에서는 가상화폐로 받은 '입장료'를 환전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 1억30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