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6. 15:09ㆍ일상다반사
“열이 좀 있었지만 가끔 앓는 감기라 생각하고 이겨냈심더.”
올해 97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일만에 완치된 황영주 할머니는 26일 전화 통화 내내 밝은 목소리였습니다. 황 할머니는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니 아들이 놀라 걱정을 많이 했다”며 “아들한테도 ‘내 감기 아이가, 감기다’ 하고 안심시켰다”고 전했습니다.
경북 청도군 각남면에 사는 황영주 할머니는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평소 다니던 집 근처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곳에는 노인 1명이 황 할머니보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잔병조차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황 할머니는 확진 후 미열 증세만 있었지만, 곧바로 경북도립 포항의료원으로 이송됐습니다. 100살을 바라보는 고령인 탓에 고위험군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12일간 집중치료를 받은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25일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했습니다.
황 할머니는 “자식들과 주위 많은 분들한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감사하고 너무 미안하다”며 “밥도 잘 먹고 몸과 마음까지 아주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영주 할머니는 27세에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3형제를 키웠습니다. 줄곧 부산에서 살다 위암 판정을 받은 둘째 아들 홍효원(73)씨와 지난 2002년 청도로 이사했습니다. “청도가 물이 맑고 공기가 좋다”는 얘기에 아들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큰 아들은 4년 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둘째 아들 홍효원씨는 어머니의 확진 판정에 당장 병원으로 따라가고 싶었지만 밀접접촉자 신분이라 집 밖을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큰 형을 떠나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머니마저 이대로 떠나시는가 싶어 종일 울며 지냈다”며 “완치 소식에 너무 기뻐 걱정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연락을 드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머니는 지금도 어릴 때 배운 일본어를 잘하실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면서 “효원이라는 이름의 ‘효’가 효도 효자인데 어머니께 더 많이 효도하고 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21일에는 경산의 93세 할머니가 13일간 투병 끝에 완치돼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해외에선 지난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04세 여성이 완치됐고, 이란에서도 103세 여성이 1주간 병원 치료 뒤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포항의료원에는 국내 확진자 중 최고령인 104세 할머니가 포항의료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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