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빗장 풀린 軍 영상통화,영상면회 가능성

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장기간 외출 금지 등을 이유로 병사의 부대 내 영상 통화를 허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카메라 활용에 걸려있던 빗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로써 앞으로는 병사들이 일과 후 휴대전화 음성 통화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가족 얼굴을 보면서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 허용이 보안 유지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국방부는 지난 8일부터 병사들의 영상 통화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장기간 외출이 통제된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영상 통화는 평일 일과 후나 주말 동안 부대 안 통제된 장소에서 시행됩니다. 장성급 지휘관이 부대별로 허용시간과 장소를 지정해줍니다. 영상 통화를 하려는 병사는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보안앱을 잠시 해제해야 합니다. 통화가 끝나면 보안앱을 다시 실행시키면 됩니다.

국방부는 "영상 통화를 한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병사들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친구들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게 돼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안정적인 부대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병사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하다는 뜻의 Blue를 합성한 신조어. 전염병 전파에 따라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생기는 우울감)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게 국방부의 취지입니다.

군 내 영상 통화 허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에 있는 육군2작전사령부(2작전사)는 지난달 13일 해외에 거주하는 부모를 둔 장병 180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영상통화 기능을 활용한 '부모님께 안부 인사 전하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공군도 지난달부터 가족·친구·연인 영상 편지를 해당 장병에게 직접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영상을 전달하고 싶은 가족이 휴대전화와 캠코더 등 영상 촬영기기를 이용해 1분 안팎 영상 편지를 촬영한 후 수신 장병의 소속과 이름을 적어 공군 전자우편으로 전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군이 병사의 영상 통화를 허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상 통화는 기본적으로 규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르면 병사들은 부대 안에서 군사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휴대전화 촬영·녹음 기능을 쓰면 안 됩니다. 병사들은 국방부가 정한 촬영·녹음 기능 통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카메라 렌즈에는 보안 스티커를 부착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영상 통화가 일부 허용되자 일각에서는 군이 부대 내 영상 통화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영상 통화가 허용될 경우 병사와 가족·연인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휴대전화 화면에 뜬 얼굴을 보며 안부를 전하는 '영상 면회'가 가능해집니다.

군은 추후 영상 통화를 허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휴대전화 허용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는 군 내 이견이 별로 없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이 군 복무기간에 사회와의 단절감을 극복하고 자기계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군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군 당국 판단에 따라 이미 병사들은 부대 안에서 휴대전화로 가족·연인과 통화하고, 문자를 보내며, 인터넷에 접속하고, 강의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통한 자기계발, 구직 활동, 여가 활동, 사회와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전 장병의 출타통제, 선제적인 예방적 격리조치 등을 장기간 시행해 온 상황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고립감을 해소하고 가족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또 휴대전화 사용이 병사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대인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되는 등 장기적으로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병영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이 사실상 제한 없이 활용되기 시작하면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음성·데이터 통신뿐만 아니라 카메라·위성항법장치(GPS) 등 첨단 기능을 보유한 기기라 사전에 예상치 못한 보안 취약점을 드러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더링 기능이 활성화된 것을 모르고 단순 충전을 목적으로 USB 케이블을 국방망 등 군 정보통신체계 PC에 연결하면 인터넷과 국방 네트워크의 혼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외부의 군 전산망 해킹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병사가 개인 운동·체력관리 앱을 쓸 경우 대부분 운동 경로가 자동 저장되는데, 서버와 데이터가 자동으로 동기화될 경우 부대 세부좌표가 인터넷에 공개됩니다. 또 단체채팅방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훈련일정 등 군사자료가 유통될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일탈행위도 경계 대상입니다. 최근에는 성(性) 착취물을 공유해온 텔레그램 '박사방' 핵심 관리자 중 1명이 경기도 모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현역 일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병사는 지난해 12월 입대한 후에도 성 착취물 유포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기능이 점차 늘어난다면 일탈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 통화 허용 역시 사전 검토와 시범 운영을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