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앞에서 나갈 수도 없고"..'카톡 감옥'에 갇힌 사람들

2021. 6. 11. 09:34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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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이 됐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고스란히 카톡방에 녹아들면서 카톡 대인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입니다.

“시댁 카톡방은 스트레스”라는 며느리들

대표적으로는 ‘시댁 식구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섞인 며느리가 꼽히고 있습니다. 10일 지역 맘카페에 ‘시가 카톡방’ ‘시댁 단체방’ 등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 글이 다수 나옵니다.

한 맘카페 회원은 “남편 형제들과 시부모까지 있는 ‘톡방’에 초대됐는데 왜 이런 방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한번 조용히 나왔는데 다시 초대하시더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는 “최대한 유령처럼 있으면 된다” “알림 꺼 놓으면 좀 낫다”는 조언 댓글이 달렸습니다.

30대 워킹맘 A씨는 “처음엔 시댁 카톡에 일일이 반응하고 답변하니 너무 피곤해지더라”며 “아이 낳고 복직하면서 일과 중에는 업무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점점 참여도가 떨어지니 지금은 아이들 사진 올려드리고 모임 공지 정도로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24시간 일하는 기분”

직장의 ‘카톡 감옥’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사정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퇴근 후에도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이 오기 때문에 24시간 회사와 연결돼있는 기분이 든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IT 대기업 협력사에서 일하는 윤모(31)씨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늘어나는 단톡방을 보면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 세어보니 단톡방만 12개다. 매번 업무 보고할 때 방 찾는 것도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업무 특성으로 이해는 하지만, 매일 ‘채팅방 나가기’ 버튼을 누를까 고민한다”고 말했습니다.

4년 차 직장인 A씨는 “대표가 단톡방에서 새벽이고 주말이고 쉴 새 없이 카톡을 보낸다. 얼마 전 퇴사한 분이 사유서에 단체 카톡방에 대해 ‘개인 시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썼다더라. 솔직히 통쾌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장에서 단체 대화방을 통해 망신을 당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출판사 직원 이모(25)씨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어서 며칠을 초과 근무하다가 하루 일찍 퇴근했다. 그랬더니 팀 단톡방에서 ‘마무리 제대로 하고 가라’며 꾸중을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눈물을 쏙 뺐다”는 이씨는 “개인적으로 해도 될 말을 왜 모두가 보고 있는 방에서 했는지 (상사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학교폭력 현장이 되기도…전문가 “피해 대응 필요”

단톡방은 진짜 감옥 같은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사이버 학교 폭력의 장소로 변질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는 단체 대화방에 학생을 불러 집단으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떼 지어 카톡한다는 뜻)나 학생 한 명을 혼자 남기고 모두 방을 나가버리는 ‘방폭’(방을 폭발시킨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유형 가운데 사이버 폭력의 비율은 12.3%를 차지했습니다.

온라인 소통과 관계 확산에 따른 다양한 갈등은 예고된 사회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동체주의가 일상이나 사회생활까지 넘어와 숨을 구멍이나 그늘이 없는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구 교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횟수가 더 많은 시대다. 그만큼 온라인 공간에서도 쉼이 필요하다. 온라인 소통에서도 직업윤리나 인간관계의 감수성 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명예회장(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가족 간 주고받는 대화와 같은 개인적 영역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직장·학교 등에서 벌어지는 괴롭힘·폭력 등 문제는 피해 예방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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