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0. 14:27ㆍ일상다반사
3층 아파트 불기둥 현장서 착안
지난해 10월 8일 오후 11시 14분. 울산 남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3층 나무 데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가 피어올랐습니다. 당시 울산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던 상황. 불씨는 바람을 타고 아파트 외벽을 태우며 순식간에 33층 아파트를 ‘불기둥’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방당국은 인근 지역 소방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내리며 화재 진압에 나섰습니다. 총인원 1655명, 장비 264대 등 대규모 인력이 동원됐습니다.
울산 남부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태희 소방위도 이날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김 소방위는 우선 주민을 대피시켰고, 곧장 화재 진압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파트 전체에 화재가 발생해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소방 용수가 고갈된 것이었습니다.
외부에서 고층 화재 진압을 하는 고층 사다리차는 부산에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소방대원들은 고층에 소방용수를 공급할 소방호스를 갖고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김 소방위는 “안개가 자욱한 비상계단을 통해 소방대원들이 직접 호스를 끌고 가야 했다”며 “그런데 막상 이 과정에서 호스가 계단에 쓸리면서 수압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층 아파트 피난구역에 소방호스함 설치"
결국 김 소방위와 동료들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현장을 지휘하던 조강식 남부소방서장과 유대선 재난대응과장은 15층 피난구역에 비치돼 있던 비상용 줄을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15층에서 줄을 아래로 던지면 밑에 있던 대원이 소방차와 연결된 소방호스를 줄에 묶고 이를 다시 위로 끌어올려 소방호스를 가지고 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 결과 화재는 15시간 만에 진압됐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신속한 대피를 도우며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다만 울산소방본부 화재 피해 조사 결과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 아파트의 상층부(16~33층) 72세대 중 16세대가 대부분 불에 탔다는 ‘전소’ 판정을 받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소방위는 “고층에도 소방 용수를 적절히 공급했다면 재산 피해가 작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화재 이후 개선 방안을 고민하다 고층 아파트 비상층에 소방호스함을 설치해 화재 시 호스를 지상으로 떨어뜨려 급수받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소방위는 지난 4월 진행한 ‘'2021년 울산시 공무원 우수 제안’에 이 방안을 응모했습니다. ‘(초)고층 건축물 화재 시 원활한 소방용수 공급을 위한 피난층 내 비상 소방호스함 설치’라는 제목의 방안에 따르면 우선 고층건축물 피난안전구역에 소방호스함을 설치해 둡니다.
화재 시에는 소방호스함에 비치된 호스를 건물 외벽으로 떨어뜨려 소방급수차량에 빠르게 연결해 소방 용수를 공급받아 신속하고 효율적인 화재 진압으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행정안전부 우수제안으로 추천
김 소방위의 제안은 금상을 받았다. 울산시는 오는 7월 1일 울산시청에서 김 소방위에게 시장상과 상금을 수여합니다. 동시에 행정안전부에 ‘중앙우수제안’으로 추천해 실제 행정에도 접목합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우수한 공무원 제안은 현장업무를 잘 아는 직원이 세심한 관심을 갖고 계속된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로 나오는 사례가 많다”며 “채택된 제안은 행정에 접목해 시민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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