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5. 09:55ㆍ일상다반사
‘우리’라는 말은 주변에서 흔하게 쓰는 말입니다.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또 ‘우리’라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져 연대감을 가속하는 함축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외국어로 옮기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우리 집’은 ‘내 집’, ‘우리 아내’는 ‘내 아내’가 되고 ‘우리 남편’은 ‘내 남편’이 됩니다. 우리 집, 우리 아내, 우리 남편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집이거나,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일 때나 있을 법한 표현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어원상 ‘울타리’에서 온 말입니다. ‘우리’라는 단어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마치 울타리처럼 경계를 구분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언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 표현이므로, 인간의 사고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라는 표현은 한국인들이 사고의 울타리로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의 경계를 구분짓고 있다는 말입니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인 우리와 울타리 밖의 사람을 가르고 구분합니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보호막이 되지만,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단만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 안에 있을 때는 이해와 관용의 대상이지만, ‘그들’이 되면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은 ‘우리 것’은 본래 좋고 우월한 것으로 생각하며, 우리 속에 사는 ‘나는 별로 잘난 게 없어도 우리에 속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당히 잘난 것처럼 여긴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관련이 있는 것은 모두 도덕적이라고 여기지만 ‘그들’의 도덕성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국인의 ‘우리 주의’는 우리나라가 아닌 주변 강대국을 일컬을 때도 발휘되기도 합니다. 한반도 북쪽에는 ‘되놈’이 있고, 남쪽에는 ‘왜놈’이 있습니다. 서쪽과 바다를 건너온 서양 사람들을 낮추어 부르는 ‘서양놈(양놈)’, 일본인을 낮추어 부르는 ‘왜놈’, 중국인을 낮춰 부르는 ‘되놈’이 그들이다. 오늘날 전 세계 패권을 놓고 각축하는 강대국들이지만, 한반도의 밖, 우리 울타리 바깥에 산다는 이유로 그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차별과 이해 사이에서 내가 친숙하게 사용하는 ‘우리’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연하면 살찐다".. 진실 or 거짓? (0) | 2021.06.25 |
---|---|
독소 배출, 혈관에 도움.. 오리고기 먹으면 생기는 변화 (0) | 2021.06.25 |
이재명, 차기 경제대통령 '1위'..윤석열 크게 앞질러 (0) | 2021.06.25 |
진중권 '조국 부녀 삽화' 논란에 "미친 짓, 불필요하며 용납해선 안 될 잔인함" (0) | 2021.06.24 |
외신 "백신 맞으면 델타변이 사망률 6배"..英보고서 파보니 (0) | 2021.06.24 |